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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무술 사범 알바 썰

by 라이키_ 2023.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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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무술 사범 알바 썰
특공무술 사범 알바 썰

몇년전에 체육 관련된 일에 관심이 생겨서 국가 교육 과정을 알아보다가 시기가 안맞았던 것인지 교육 일정이 없길래 관련된 일이라도 해보자 해서 지원자격이 되는곳들을 지원했습니다.

 

그중에서 특공무술 사범 구인을 보게 되었고 특별한 지원자격이 없기에 지원을 했죠. 무에타이나 주짓수 경력이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이력서에 적어 냈긴 했지만 면접 당시에 그런 부분까지는 사실 필요 없고 아이들 잘 봐주는게 주된 일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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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합격하였고 사범으로 일하는것이니 특공무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본관에 가서 한달정도 배웠습니다. 배우면서 크게 어려운점은 없었지만 발차기 같은것들은 뒤꿈치를 붙여야 한다는게 적응이 잘 안되었습니다. 무에타이 킥은 발 뒤꿈치를 들어 축을 만들어 회전력을 극대화 시키다 보니 의식적으로 해도 몸이 알아서 뒤꿈치를 자꾸 들더라구요.

 

2단 과정까지 속성으로 배웠고 조금 어설프긴 했지만 가르치는 아이들이 유치원생~중학생이다보니 별로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가장 충격이었던 점은 검은띠를 메고 있는 아이들의 실력이었습니다. 호신술은 커녕 발차기도 제대로 못하는걸 보고 이게 맞는건가 싶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50분 수업중에 30분정도 피구를 했고, 4단부터 사범자격이 주어진다는데 저 같은 비수련자도 사범으로 일했으니까 말 다했죠. 특공무술은 mma처럼 다양한 무술들을 다 합쳐놓았더라구요. 특공무술 고유의 기술도 있긴 하지만 태권도, 합기도를 기본 베이스로 복싱, 주짓수를 추가로 교육하고 추후에 mma도 교육할거라 했습니다.

 

아이들중에 정말 놀러 오는 아이들이 9할이었고 1할정도는 진지하게 강해지려고 수련하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피구 시간에도 수련하기를 희망하는 아이들은 제가 따로 옆 매트로 옮겨 주짓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복싱의 경우 음악을 틀어놓고 잽 잽 원 투 원투 이런식으로 폼은 신경 안쓰고 다이어트에 초점을 맞춘건가 싶을정도의 처참한 교육만 하더라구요.

 

중등부에서 시험삼아 원투슥빠 쓰리슥 빠방 같은 기본 기술들을 포함해 미트를 잡아주니 재미 들렸는지 주먹이 까져서 피가 나는데도 괜찮다면서 계속 잡아달라고 하더군요.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지루하게 음악 틀어놓고 하는것보다 훨씬 재밌어서 그렇게 수업을 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관장은 진작에 퇴근했기 때문이죠.

 

무에타이나 주짓수 할때 성인들을 대상으로 티칭하다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려니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보다 한달정도 먼저 일을 시작한 사범은 운동이라곤 헬스만 해본 여성 사범이었고, 한달정도 교육을 했는데도 동작을 외우지 못해 제가 시범을 많이 보이고 여자사범은 아이들 케어에 신경을 썼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건 통제가 되지 않는 아이들과 관장의 사범 노예화 였습니다. 유치부는 운동하기 싫다고 누워서 징징대면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터치할수도 없었기 때문이죠. 초등부 아이들은 분위기에 민감해 누군가가 주도해서 분위기 망치기 시작하면 한순간에 개판되니 그렇게 되지 않게 신경쓰는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중등부에선 그런일은 없어서 다행이긴 했습니다.

 

관장의 사범 노예화는 일반적인 중소기업에서 보는것과 비슷했습니다. 기존 근무시간이 2타임이라 했을때 바빠서 그러니 3타임 해달라고 부탁하며 택시비와 밥값 챙겨주다가 빈도가 잦아지더니 나중에는 먼저 퇴근할게~ 하고 가는게 일상이 되더군요.

 

결정적인 이유는 만성 두통에 시달려서 그만두긴 했습니다. 유치부~초등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말 엄청나서 중등부 타임때는 수업 잠깐하고 사무실에서 엎드려있곤 했습니다.

 

스승의 날이면 아이들이 편지나 선물을 주고 어머님들이 기프티콘이나 먹을걸 선물로 주실땐 정말 감사하고 보람있다 생각했으나 저 같은 사람에겐 맞지 않더라구요. 1단이나 3단이나 운동하는것에 차이가 전혀 없었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면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열심히 수련하고자 하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원하지 않는 피구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사실 태권도 도장이나 특공무술 도장의 주된 기능은 수련보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부모님이 퇴근하기 전 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 정도가 더 걸맞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관에서 교육받을때 유망주라 불리던 고등부 아이가 있었는데 저와 스파링을 하며 아무것도 못하고 졌을 때 그 표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이럴리가 없는데" 라는 혼잣말을 하며 2번정도 더 스파링을 했었고 지켜보던 본관 관장님이 "더 해도 어차피 너가 못이겨" 라고 하셨었죠. 매일 2~3시간씩 6년을 격투기 수련을 했던 저를 하루 50분 수련하는 고등학생이 이기면 그게 더 이상하긴 했죠.

 

제가 근무했던 지관에서도 유망주로 불리던 중3 아이가 있었는데 제가 가장 높게 평가했던 아이였고 저보다 체급이 더 높았기에 자신감 넘치게 덤비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고등부 아이처럼 한번 지고나니 눈빛이 살짝 순해진게 느껴졌었죠. 엄청 예의바르고 자주 나오진 않았지만 이 아이가 출석하는 날은 스트레스가 없을 정도로 존재 자체로 아이들의 노는 분위기가 억제되었었죠.

 

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적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강해지고 싶어 도장에 등록하려 한다면 태권도나 특공무술 도장보다는 격투기 체육관에 등록하시길 적극 권장드립니다. 요즘은 격투기 키즈부를 운영하며 운동을 기본으로 영어 수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곳이 있으니 잘 찾아보시면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태권도나 특공무술을 까는것처럼 보일수 있는데요. 수련에만 중점을 두면 아이 뿐 아니라 성인들도 지칩니다. 도장은 하나의 사업이므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더 재밌게 수업하는게 맞습니다. 단지 아이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쓰는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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